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지는 주말 모처럼 부산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손주들을 보러 대구에 오셨습니다. 와이프가 이번에 옷가게를 오픈하기도 해서 고사도 지낼겸 겸사겸사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손주덕에 아버지는 흥에 겨워 낮술 한잔 꺽고 싶어하셨습니다. 소곱창전골에 소주 한잔 하고 싶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맛집검색을 해서 찾은 곳입니다.
대구에는 버들식당이라는 매우 유명한 곱창전골집이 있습니다. 맛은 괜찮지만 자주 가보기도 했고 해서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이 영남식당이란 곳입니다. 영남식당이 위치한 대구 서구 중리동은 알고보니 곱창전골로 엄청나게 유명한 골목이었습니다. 대구 산지 8년차인데 왜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요.
1978년부터 영업을 했다는 식당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네요. 예전에 이쪽에 도축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곱창전골 골목이 생겼다고 하네요. 지금은 도축장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여러 식당들이 이 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구에는 주먹시라고 하는 고기부위 명칭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토시살이라고 하는 부위를 대구에서는 주먹시라고 부르더군요.
영남식당은 1층 2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1월1일이라 그런지 1층에 손님 3테이블 정도 식사를 하고 계시더군요. 하긴 연초 점심식사로 소곱창전골을 가족끼리 먹는 집은 참 드물겁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여러 사진들과 상장들입니다. 이 식당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주는것만 같습니다. 타계하신 자니윤 선생님도 눈에 띄네요. 요즘 친구들이 쟈니윤 선생님을 알리가 없죠.
주먹시에 대한 설명이 아주 길게 적혀져있지만 결론은 토시살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생생정보통도 여기 다녀갔었나봅니다. 주문하기도 전에 다른 테이블의 소곱창 전골의 냄새가 아주 그냥 식욕을 자극합니다. 차를 운전하고 오지 않았다면 소주한잔 생각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다음에 회사 직원들과 회식하러 한번 와봐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우리 가족은 주먹시+곱,대창전골 2인분, 그리고 아이들이 먹을 불고기, 차돌돌판된장을 주문하기로 합니다.아버지가 우동사리를 넣어드시는 걸 워낙 좋아하셔서 전골 주문하기도 전에 우동사리를 먼저 주문하시는 모습에 온가족이 빵 터졌습니다. 빨리 소주한잔 부어드려야겠습니다. 이렇게 신이 나셨는데 말이죠.
주문과 동시에 다양한 찬들이 세팅이 됩니다. 저는 사실 나물이름 반찬이름 이런거에 엄청 약한 편이라 이름들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어머님 피셜로는 깍두기가 참 맛있다고 하시네요. 저는 저기 보이는 다진고추 반찬이 참 맛있었습니다. 갓김치는 아버지와 와이프가 맛있다며 여러번 젓가락을 분주히 움직이더군요.
다양한 찬들이 식욕을 돋구는 사이 아버지께서는 벌써 소주를 따고 계십니다. 오늘은 온가족이 오랜만에 모인 즐거운 자리니까 아들놈이 모처럼 술한잔 따라드립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게 바로 가족이겠지요.
드디어 오늘의 메인디시 소곱창전골이 나왔습니다. 펄펄펄 끓는 전골이 등장부터 아주 박력이 넘칩니다. 아버지께서는 자기가 먹고 싶은게 바로 이런 것라면서 박수를 치십니다. 사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소곱창전골을 싫어하셔서 자기가 먹고 싶은데도 평소 많이 즐기시질 못하셨다고 합니다. 아들이 소원 풀어드렸네요. 많이 드시옵소서
이 매력적인 향의 원인은 아마 저 냉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듬뿍 넣은 냉이탓에 느끼할 수 있는 소곱창에서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대구에 어느식당과 다르게 듬뿍 담긴 대창과 주먹시가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듭니다. 이런 소곱창전골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대구에 산다는걸 감사해야하나 싶습니다.
열심히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어머니 눈치를 보게 됩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된장찌개가 곧 나옵니다. 와이프와 어머니는 허겁지겁 먹는 아버지와 저를 보고 자꾸 웃으십니다. 근데 너무 맛있습니다. 국물도 기가 막히고, 매우 훌륭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 영남식당 또 오게 될거 같아요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불고기가 나왔습니다. 이것도 매우 먹음직 스러웠지만, 어머니는 맛이 좀 별로라고 하시네요. 다행히도 애들은 맛있다고 합니다. 남은 당면과 불고기는 고대로 곱창전골 국물에 투입됩니다.
소곱창전골만큼 맛있었던 차돌된장찌개입니다. 전골을 시키면 이 큰 냄비가 달랑 7천원입니다. 나중에 직원들이랑 오면 밥말아먹어야겠습니다. 이 큰 냄비 덕분에 자리에 엄청 좁아졌습니다. 아이들 손데일라 완전 정신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맛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대구에 8년차 거주를 하고 있지만 제가 사는 달서구에서 서구쪽으로는 잘 안오게됩니다. 여기도 이런 훌륭한 맛집이 있는걸 발견했으니, 소곱창전골 생각날땐 한번씩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다음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온가족이 함께한 즐거운 점심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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